본문 바로가기
금융상식

신탁이란? 신탁과 펀드의 차이점과 은행에서 ETF 신탁을 가입할 필요가 없는 이유

by 금융에 대한 모든 것 2023. 8. 22.

 신탁이란, 자신의 재산을 증식하거나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남에게 맡기는 행위를 신탁이라고 한다. 여기서 재산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을 위탁자라하고, 맡아주는 사람(혹은 기업)을 수탁자라고 한다.
 
 신탁은 돈을 맡기는 위탁자(고객)가 수탁자(신탁사)에게 구체적으로 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지시를 해야하며, 투자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위탁자(고객)가 지는 방식의 계약이다.
 
 즉, 신탁에서는 대상과 투자방법을 고객이 직접 지정하고 수탁자는 고객이 지시하는대로만 운용을 해야 한다. 돈만 맡기면 알아서 운용해주는 펀드하고는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신탁계약의 기본적인 구조

 
 신탁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주로 금전(현금)과 부동산(유형자산) 2가지로, 부동산 신탁회사의 경우 부동산 개발사업비 목적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금전을 수탁할 수 없다.
 
 따라서 금전(현금)을 위탁하는 신탁계약은, 부동산 신탁회사가 아닌 일반 신탁업을 하는 회사와 할 수 있고 주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가 이러한 일반 신탁업을 하고 있다. (회사이름에 신탁이 들어가는 'OOO신탁' 들은 대부분 부동산 신탁회사다.) 
 
 그 중에서도 금전신탁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시중은행(상업은행)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은행이 신탁업을 취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실 은행이나 증권사에게 운용방식을 지시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어이 신한은행! 내 돈을 금에다 투자해라 라고 지시해본 기억이 있는가?)
 
 따라서 신탁업은 우리에게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업무구분 때문에 은행이 신탁업을 투자상품 판매채널 정도로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탁업이 단순히 금융투자상품 계약 방식 정도로만 느낀다.)
 
 본 글에서는 겸업주의와 자본시장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신탁이 익숙하지 않은 이유와 함께, 왜 은행에서 굳이 ETF신탁을 가입할 필요가 없는지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전업주의와 겸업주의에 대해 먼저 이해해보자]

 신탁을 논하기 전에 앞서, 전업주의와 겸업주의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금융에서 말하는 전업주의는 본인 고유의 영역만 다루는 것이고 겸업주의는 복수개의 업무를 겸하는 것을 뜻한다.
 
 전업주의와 겸업주의는 경제금융용어로 분류되긴 하지만, 일상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가볍게 아래 내용을 읽어보자.
 
 필자의 어린시절(2000년 이전)만 해도, 감기에 걸려서 병원이나 동네 의원을 가면 그 병원에서 진료받고 약까지 한꺼번에 타왔다. 지금처럼 의사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가는 시절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라는 문구가 뉴스에서 퍼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의약분업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약을 조제할 수 없으니 처방전을 들고 가까운 약국을 가야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요즘에는 또 상비약 정도는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이렇듯 약도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병원에서 판매하기도 했다가 금지되기도 했다가 편의점에서도 팔기도 했다가 하면서 바뀌어 왔다.
 
 결국 전업주의의 핵심 키워드는 전문성일테고, 겸업주의의 핵심 키워드는 편의성일 것이다. 이러한 전업주의와 겸업주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바뀌어 왔다.
 
 전업주의를 고수해야 된다고 목소리가 강해질 때는 부작용이 눈에 띌 때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품이 남용되고 있는 사례가 많아지게 되면 약품은 약국에서만 처방하게 될 것이다.
 
 또한 별다른 부작용이 없을 경우엔 약국에서만 처방을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는 여론이 강해져서 다시 겸업주의 형태로 바뀌게 된다.
 
 이는 금융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금융위기가 닥치면 전업주의가 강세를 띄고 금융이 안정적일 때는 불편하다는 여론이 강해져 겸업주의가 강세를 띈다.
 
 미국의 경우에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맞이하면서 은행업과 증권업을 완전히 분리하며 전업주의를 선택했다. 대공황에 은행이 무너지면서 투자상품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되었고,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아 전업주의 여론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며 대공황이 잊혀질 때쯤에는 다시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배경에 따라 1999년부터는 금융회사의 겸업주의를 허용하는 법안이 나타났다.
 
 그러나 다시 2008년도 금융위기로 인해 전업주의의 여론이 강해지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금융위기가 닥치면 전업주의가 강세를 띄고 금융 편의성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강해지면 겸업주의가 강세를 띄게 될 것이다.
 
 

[각 금융회사별로 수익의 다각화에 대한 고민이 있다.]

 전업주의와 겸업주의가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러면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전업주의와 겸업주의 중 어떤것을 더 선호할까?
 
 당연히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겸업주의를 선호한다. 금융회사는 고유업무 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유업무 외에도 다양한 영업행위를 하고싶어 한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각 금융회사끼리는 본인 고유업무 영역을 넘어서서 다른 업종의 금융회사의 업무영역까지 침범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촉구하기도 한다.
 
 결국 금융회사들은 겸업주의 안에서 서로의 밥그릇을 뺏으면서 동시에 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 밥그릇 싸움에도 룰이라는게 존재한다. 바로 자본시장법이라는 법이다.
 
 

[밥그릇 싸움의 기본 룰,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 약칭: 자본시장법 )

제1조(목적) 이 법은 자본시장에서의 금융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공정성ㆍ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라이선스 업이다. 자격을 취득한 업종에 대해서만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 업종은 자본시장법 안에서 금융투자업을 6가지로 분류하여 각 업종별로 할 수 있는 행위를 규정해 놓았다.
 

금융투자업은 업무영역을 총 6가지로 구분하여 규제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융투자업은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총 6개의 업무영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겸업주의라 하더라도 각 업무영역에 대해서 라이선스를 받은 자만 해당 업무를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즉,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만 허가받은 금융회사는 신탁과 관련된 영업을 할 경우 불법으로 규정된다는 뜻이다. 모든 금융회사들은 겸업주의 하에서 상대방의 업무영역을 침범하더라도, 이 룰 안에서만 침범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은행은 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판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집합투자업은 없기 때문에 자산운용사처럼 펀드를 직접 설정하거나 운용할 수가 없다. 또한 투자일임업 역시 은행에게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투자상품을 직접 매매하거나 할 수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만큼 아쉬운 일이 없다. 그래서 은행은 다분히 투자일임업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번번히 증권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딫혀 무산되고 만다.

뉴스기사, 출처 : https://news.bizwatch.co.kr/article/finance/2023/05/11/0038

 
 
 그래서 은행은 신탁업을 가지고 투자일임업과 집합투자업의 공백을 메꾸기로 결심 한다.
 
 

[신탁과 펀드는 분명히 다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사실 아무런 차이가 없다]

 투자일임업이 있으면 고객(1인이상)에게 투자권한을 일임 받아, 금융회사가 직접 고객명의의 계좌에서 투자상품을 매매할 수 있다.(고객별로 단독 운용한다.)
 
 또한 집합투자업이 있다면 고객(2인이상)에게 자금을 넘겨 받아 고객에게 일상적인 운용지시를 받지 않고도 집합투자(펀드)를 운용하고, 수익금을 배분할 수 있다. (합동운용한다.)
 
 그러나 은행은 투자일임업과 집합투자업이 없고, 신탁업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직접 투자대상을 지정하고 운용방법을 지시하는 신탁계약의 형태로만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신탁업은 처음에도 말했듯이, 고객이 직접 투자대상을 지정하고 운용방법도 지시를 직접 해야만 한다. 금융회사는 고객이 지시한 대로만 행동해야 된다는 점에서 투자일임업과 집합투자업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즉, 고객의 재산을 맡아서 고객의 이익을 위해 운용하게 하는 법률관계인 점은 동일하지만 운용지시를 하는지 합동운용을 하는지 등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인 구분이고 사실상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실질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법률이나 형식적인 차이만 있고 실질적인 차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 이유는, 은행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현실적으로는 운용을 지시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통은 금융회사가 상품을 만들어 놓고 그 중에서 고객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지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전신탁상품은 특정금전신탁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여기서 '특정'이라는 말의 의미는 고객이 투자대상과 운용방식을 '특정'했다는 의미에서 특정금전신탁이라 부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객이 상품을 특정하는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은행'이 특정해 놓은 여러개의 상품들에 대해 고객은 그냥 '선택'만 할 뿐이다. (그러나 법률적으로는 고객이 특정하여 운용지시를 한 신탁계약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에게는 신탁업이 무엇인지 잘 와닿지가 않고 생소한 것이다. 우리에게 신탁이란 그저 펀드 투자와 비슷한, 별 차이가 없는 투자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신탁업은 원론적으로 고객이 금융회사에게 정확하게 지시를 해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신탁업은 투자일임업과 집합투자업을 하지 못하는 금융회사가 이를 우회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고, 이 때문에 우리는 신탁업의 특징을 전혀 인지할 수 없다.
 

 

[이러한 신탁계약의 형태가 수익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특정금전신탁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투자상품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금융회사 중 은행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법률적으로 투자자 본인이 '지시' 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단지 은행이 권유해서 투자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시를 누가 했느냐는 '사실'보다도 실질적으로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구조가 내 '수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수익만 난다면 은행이 지시를 했든 은행 할아버지가 지시를 했든 상관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는 형식적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수익을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기본적으로 은행에서 판매하는 ETF신탁은 가입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수익이 나는 ETF라 하더라도 계약 구조로 인해 수익이 덜 난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잘 생각해보자. ETF는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상장지수펀드다. 내가 이 ETF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되면 직접 증권사 어플을 통해 ETF를 매수하면 된다.
 
 그런데 ETF신탁을 매수했다는 것은 은행에게 "증권사를 통해 ETF를 매수해" 라고 지시했다는 의미가 된다. 내가 당장 어플만 키면 살 수 있는 행동을 은행에게 지시했다는 의미가 된다.
 

직접 살 수 있는걸 뭐하러 은행한테 지시하는가?

 
 그림에서와 같이 직접 살 수 있는 걸, 굳이 은행에 지시를 함으로써 은행에게 신탁보수(수수료)만 제공하는 꼴이 된다. 신탁계약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다면 ETF신탁은 살 이유가 딱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가입을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귀찮은 사람들이다. 복잡한 것이나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증권사에 계좌도 없을 뿐더러, 은행에서 한방에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 정도도 알아보기 귀찮을 정도라면, 사실 굳이 ETF투자를 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백화점에 옷을 사기 위해 방문했는데, 정가 5만원짜리 옷을 3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매장을 봤다. 매장직원은 1달동안만 40%할인을 한다고 말했지만 해당 브랜드의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2.2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직원의 가족이 만약 그 옷을 사려고 했다면, 온라인에서 사는게 더 싸다고 일러주었겠지만 모든 고객들에게 그런식으로 알려주게 되면 매장은 매출을 올릴 수 없게 된다.

 

 매장직원이 온라인이 더 싸다고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불평불만 할 필요도 없다. 아마 매장직원 역시도 본사의 온라인 할인 정책 때문에 힘들 것이다. 정보 비대칭성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주체는 고객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는가?

 

 옷가게가 그렇듯이 어느 금융회사를 가도 "우리회사 말고 여기서 하시는게 더 쌉니다." 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를 온전히 신뢰하지도 말고 본인 스스로가 간극을 메우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한다. 심지어는 이 글 조차도 온전히 신뢰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