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으로 금융위기는 반복되어 왔다. 금융위기의 발생 원인을 한가지로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유동성이 증가하며 자산가치에 버블이 생기고 내실이 다져지지 않은 자산의 버블이 터지면서 시작된다.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리스크가 고려되지 않은 파생상품들이 폭락을 가속화하고 이로 인해 거대한 공룡 기업이 쓰러지고, 이 여파로 도미노처럼 줄도산하게 되며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까지 둔화시키는게 금융위기의 보편적인 양상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본 글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부터 시작된 2008년도 금융위기를 재조명하며 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전통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저금리 시절은 최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게 되면 전통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써 왔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아시아국가들이 연이어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제가 무너졌던 시기이고 미국에는 IT닷컴 버블과 함께 9.11테러로 인해 경제가 급격하게 어려워진 시기였다.

이러한 경제 상황에서 미국은 경기후퇴를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은 돈을 빌려서 설비투자를 하고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진 만큼 미국은 2000년대 초반에 금리를 급격하게 낮추게 된다. 아래 도표에서 보다시피 2000년을 지나 2003년에 1%대로 금리가 수직하락했다.

그러나 쉽게 대출이 가능해지면 이자 부담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가계든 기업이든 필연적으로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게 되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기타 다른 자산에도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면서 버블이 끼기 시작한다.
[저금리 시기에는 자산가치에 버블이 생긴다.]
이러한 과정은 과거에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현재에도 마찬가지이며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금리가 낮아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자산에 버블이 생긴다.
2000년대 초반에도 이러한 저금리 배경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몰려들었다.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했으며,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2007년 10월까지 계속해서 상승만 하였다.

심지어는 주택가격이 10억이라고 치면, 은행에서는 이를 12억짜리 주택으로 인식하고 빌려주기도 했다.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게 부동산이기 때문에 12억으로 계산해도 은행은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도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신용 등급을 프라임, 얼터네이티브, 서브프라임 3단계로 구분한다. 이렇게만 들으면 서브프라임 등급이 어느정도 낮은 등급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신용점수와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서브프라임등급이란 FICO점수 기준 620점 이하를 의미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로 쳤을 때 대략 NICE나 KCB신용등급 기준 7등급 이하를 의미한다.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라는 의미는 단순히 소득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넘어서 연체를 했거나 2금융권 혹은 대부업체에 손을 대야지만 나올 수 있는 등급이다. 현재 빚이 없는 직장인이라면 7등급 이하는 만들고 싶어도 만들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7등급 이하인 독자들이 있다면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전혀 관리되지 않은 등급을 의미하며 하루 빨리 대출을 줄이고 연체를 해결해야만 하는 등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주택시장이 계속해서 호황이었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7등급이든 9등급이든 가리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을 해주었다.
이미 그 시기에는 사람의 신용을 믿는게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만을 믿고 대출을 했기 때문에 사람의 신용등급은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든 원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주택담보대출을 영어로 모기지 론(Mortgage Loan)이라고 하는데,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란 신용등급이 아예 없는 수준의 사람이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하며 2007년까지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은 굉장히 활성화 되었다.
게다가 미국은 (대형은행을 제외하면) 대출을 신청할 때 상담해주는 브로커와, 대출을 심사하고 실행하는 렌더가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렌더는 대출을 받는 고객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있으며, 우스갯소리로 당시에는 키우는 개 명의로도 대출이 되었다고 한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이 발행되었다.]
은행 입장에서 고객에게 1억원이라는 대출금을 주고 나서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10년동안 매달 200만원씩 받을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1억1천만원 받고 팔면 어떨까?"
10년이면 총 받게 되는 금액이 2억4천만원인데 권리를 매도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즉시 천만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매수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10년동안 총 1억3천의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상호간에 꽤나 나쁘지 않은 거래 조건이다.
여기서 매달 200만원씩 받을 권리를 하나의 자산으로 보고, 이러한 자산을 그대로 놔두는게 아니라 현금화 시켜 증권으로 발행하여 판매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자산유동화증권(ABS)라고 부른다.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고 나서 은행은 대출금을 돌려 받을 채권을 갖게 되고, 이 채권이라는 자산을 유동화시켜서 증권형태로 발행한 것을 주택저당증권(MBS)이라 부르며 주택저당증권 역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한 종류가 된다.
이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으로부터 시작된 파생상품으로, 서브프라임 등급의 고객이 매달 납부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주택저당증권(MBS)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납부하는 것이다.
즉, 대출은 모기지렌더(은행)가 진행을 했지만 이 대출금을 받을 권리는 유동화증권 형태로 사방팔방으로 팔려나갔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이해관계자가 생기게 된 것이다.
[MBS는 CDO를 낳고, CDO는 또 CDS라는 파생상품을 낳았다.]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수한 사람은 또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이 주택저당증권(MBS)을 현금화 해서 다른 사람에게 팔고 싶다!"
그러나 주택저당증권(MBS)의 배경이 신용등급이 매우 낮은 사람들이 받은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상품으로 분류가 되었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이를 경계했다.
그래서 금융회사에서는 이러한 주택저당증권(MBS)를 쪼개고, 다른 안전한 금융투자상품도 쪼갠 다음 서로 섞어서 또 다른 파생상품인 CDO라는 것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탄생한 CDO는, 겉에서 보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의 비율이 70%나 되기 때문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도 꽤나 괜찮게 보이는 상품으로 둔갑되었다.
금융상품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무디스와 S&P는 이러한 CDO상품에 신용등급을 AA 또는 AAA로 부여하였으며,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도 투자하기에 적합한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포장된 것이다.
이러한 파생상품은 보험사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보험사 입장에서는 CDO라는 상품이 신용등급 AAA를 받은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부실의 위험이 적다 생각하고 일종의 보험과 구조가 비슷한 CDS라는 상품을 판매하게 된다.
초대형 보험회사 AIG는 CDO가 부도가 날 경우 투자금액을 배상해 주는 CDS(신용부도스왑)라는 이름의 파생상품을 판매하게 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이 역시 파생상품이지만 보험과 구조가 동일하다.
결과적으로 저금리 기조에 기반하여 모기지렌더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취급했고, 이 상품은 MBS와 CDO가 되어 리만브라더스와 같은 투자은행에 판매되었으며 CDO에 대한 일종의 보험상품인 CDS까지 판매되어 AIG와 같은 대형 보험사에게 까지 번지게 되었다.
[저금리가 막을 내리고 금리가 오르면 서브프라임 등급부터 무너진다.]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 필연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고자 정부는 다시 금리를 올리게 된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은 대출을 상환할 수 없게 되고 강제로 집을 매각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영원히 상승할 것 같았던 주택가격도 꺾이게 되고 주택저당증권(MBS)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도 더이상 대출 원리금이 입금되지 않게 된다.
주택저당증권(MBS)에 부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CDO도 부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CDO에 부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니 CDS를 판매한 보험사가 지급해줘야 하는 돈은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하게 된다.
그때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취급했던 모기지 렌더들은 -94%까지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으며 리만브라더스와 메릴린치, 그리고 베어스턴스와 AIG의 대형 투자사들의 주가도 -70%이상 곤두박질 쳤다.
이후 리만브라더스는 순부채가 수백조를 넘어섰으며 이는 매출의 15배~20배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리만브라더스는 이후 버티지 못하고 파산 하였으며, AIG는 미국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국유화 되며 파산만은 면했다.
[파생상품은 금융위기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워렌버핏은 2003년부터 파생상품을 금융의 대량살상무기라고 표현했고, 심지어는 금융과는 무관한 교황까지 파생상품은 시한폭탄과 같다고 표현한 적 있다.
파생상품의 위험성은 통제할 수 없다는 점과, 파급효과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신용등급이 안좋은 사람이 대출을 안 갚았다고 해서 뜬금없이 보험사가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개인이 파생상품에 투자했다면 개인 1명만 망하겠지만, 거대 기업이 파생상품에 투자했다면 그 파급효과는 가늠할 수도 없고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지 짐작할 수도 없다.
비단 파생상품이 아니더라도 금융업 자체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구조다. 한국전력의 적자가 심해져 한전채의 금리가 높아지면 카드사의 채권금리가 높아져 카드사의 자금수혈이 어려워 질 수 있다.
즉, 금융 생태계에서는 한국전력이 적자가 심해지면 카드사가 파산하는 정말 말도 안되게 뜬금없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금융은 인과관계가 없을 것 같은 사이끼리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파생상품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를 여러번 겪어도 또 다시 파생상품에 손을 댈 것이고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듯이 또 다시 금융위기는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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