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버리지는 단순히 대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레버리지란 단어를 직역하면 지렛대라는 의미다. 적은 힘으로 큰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지렛대라는 의미로, 투자에 있어 레버리지라 함은 남의 돈을 빌려서 이를 지렛대 삼아 크게 투자를 한다는 뜻이다.
결국 나에게 없는 돈으로 투자를 하는 모든 행위를 레버리지 투자라고 부르는데, 단순하게 보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투자를 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레버리지 투자의 뜻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
보험회사를 생각해보자. 보험회사는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받고, 고객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을 하게 되면 약관에 맞게 보험금을 내어 준다.
보험회사는 고객들이 납부한 보험료를 금고에 가만히 보관해 놓다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자금을 운용해서 자금의 규모를 키운다.
그러나 보험회사의 돈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결국 보험업은 남의 돈을 사용해서 자금을 운용하는 형태가 되며 구조적으로 레버리지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보험회사 뿐이겠는가, 갭투자를 생각해 보라. 전세 세입자의 전세금에 내 돈을 합쳐서 집을 사는 행위는 결국 남(세입자)의 돈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완벽하게 레버리지 투자다.
이처럼 레버리지 투자는 단순히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내 돈이 아닌 돈을 활용해서 하는 모든 투자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레버리지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레버리지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며 나아가 건강하게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본 글은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투자하라고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에 대해 건강하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한 글이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레버리지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
혹자는 나는 어떠한 경우가 있어도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수 있겠다. 이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져오는 위험성 때문이다.
개인의 신념이므로 각자의 신념대로 행동하면 되겠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상대평가로 모든 가치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누구나 사고싶어 하는 강남의 아파트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매물이 100개밖에 없다면, 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상위 100등안에 드는 방법 밖에 없다. 개인이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있든 관계없이 이 아파트는 매매가격을 높게 부른 100명까지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위 100명이 전부 은행에서 대출을 최대로 받아서 사려고 줄을 서 있고, 그 뒤로 수백 수천명도 대출을 끝까지 받아서라도 사겠다고 줄을 서 있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의 신념과 부동산의 적정가치와는 관계 없이 이 아파트는 계속해서 레버리지가 포함된 가격으로 거래 될 것이고, 레버리지를 사용한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있을 것이다.
레버리지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특성 상 내가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도 레버리지를 사용한 다른사람들로 인해 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안하고는 확실히 개인의 자유가 맞지만, 레버리지를 만약 외면할 것이 아니라 본질을 이해하고 스스로 '안쓰는 것을 선택' 할 수 있어야 한다.
[적절한 레버리지와 과도한 레버리지의 차이]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레버리지를 사용했을 때 수익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하는 이유 역시 손실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투자는 항상 양면성이 존재하기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삼가하고 적절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라고들 조언한다. 그렇다면 적절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절하다는 기준이 다를 순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갖는 철학은 내 의지와 관계 없이 결정권을 시장에 내줘야 하는 구조에서 레버리지 투자를 한다면 이를 과도한 레버리지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면 레버리지를 사용하더라도 결정권을 내가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적절한 레버리지고, 결정권을 남에게 내어 주는 상황이라면 과도한 레버리지라는 의미다.
쉬운 예시를 들어보자. 내가 3개월 뒤 결혼을 하게 돼서 부모님이 혼수하라고 주신 3천만원이 있는데, 결혼 전까지 불려보겠다고 주식투자를 하면 어떻게 될까?
본래 개인 투자자가 갖는 장점은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 투자자는 오르든 내리든 3개월 뒤에 무조건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과도한 레버리지다. 한가지 더 예시를 들어 보자면, 부동산 상승기에 욕심이 나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최대로 올려서 갭투자를 했다고 치자.
전세금이 더 오르지 않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전세 만기일 전에 세입자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하지 않아도 무조건 집을 팔 수 밖에 없다.
반면에 매월 100만원씩 저축이 가능한 직장인이 있다고 치자. 이 직장인이 천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아서 주식을 투자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설령 주식이 많이 떨어지더라도 팔 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고, 1년동안 월급을 저축해서 신용대출을 갚아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투자에는 실패했다 할 수 있지만 레버리지가 과도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즉, 레버리지가 적절하냐 과도하냐에 대한 문제는 투자의 성공여부도 아니고, 투자 금액이나 규모도 아니며 오로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집행했는가로 구분되는 것이다.
[과다한 레버리지는 애초부터 설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제나 탐욕으로부터 시작한다. 항상 과도한 레버리지의 시작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될 것 같은데", "투자금이 높았다면 더 큰 수익이 날 수 있었을텐데" 하는 탐욕에서 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과도한 레버리지는 설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설령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여, 큰 돈을 벌었다 해도 결국 그런 성향의 투자자는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해 큰 돈을 잃기 마련이다.
따라서 레버리지를 사용할 때는, "상황이 안 좋아 지더라도 내가 자유의지를 갖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고 "Yes"라는 답변을 할 수 있을때만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파생상품 투자, 주식담보대출, 신용거래, 미수거래는 언제나 과도한 레버리지에 속하게 된다. 이 모든 거래들은 만기가 있고 내 의지와 관계 없이 만기 안에 승부를 봐야만 하는 투자 종류들이기 때문다.
만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위에서 3개월 뒤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결혼자금을 사용하는 것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 따라서 만기가 있는 상황에서 하는 투자행위(그게 레버리지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더욱 더)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레버리지에 만기가 없다면(혹은 제어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적절한 레버리지라고 한다면 본인의 생각에 따라 언제든 사용해도 좋다. 물론 이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고, 레버리지를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뜻은 아니다.
[모든 투자의 대가들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경고했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이자 워렌버핏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강세장에서 최대의 도박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은 사람들은 거의 항상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약세장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보는 사람들이다.'
또한 채권투자의 대가이자 유럽의 워렌버핏이라고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 역시 아래와 같이 말한 적 있다.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빨리 가난해지는 방법은 알려줄 수 있다. 그것은 빨리 부자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다."
두 대가의 말에는 과도한 레버리지는 언젠가 파멸을 가져온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투자자라면 탐욕을 제어하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애초부터 설계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투자의 성공 실패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약 누군가가 적절한 레버리지를 사용했는데 투자에 실패한다면 그건 투자에 실패한 것이지 레버리지를 잘못 사용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큰 돈을 벌었다면, 이는 투자에는 성공했으나 레버리지를 잘못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은 결국 나중에 자신을 파멸시키는 무기가 되어 돌아 올 것이다.
[투자시장에서는 일단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어릴 때 스타크래프트 마린키우기 라는 게임을 좋아했다. 한정된 자원에서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릴 수 있는데, 공격력이 올라가야 재미가 있어서 공격력에만 몰빵을 해서 키우곤 했다.
그러나 초반에는 재밌었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 수록, 캐릭터가 금방 죽어버려서 공격력이 높은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공격하기 전에 항상 죽어버렸다.)
결국 지속적으로 공격을 하려면 방어력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투자시장 역시 계속해서 공격적인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방어력을 우선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잘못 키우면 리셋하고 다시 하면 된다. 그러나 공격력에 몰빵한 투자자가 한방을 노리고 투자시장에 들어갔다가 실패한다면 다시 살릴 방법이 없다.
모든 투자자들은 탐욕을 제어할 줄 알아야 하고, 방어력을 키워야 한다. 시장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일단 생존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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