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홍콩H지수 폭락에 따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ELS)의 손실이 현실화 되었다. 이어 ELS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며 현재 은행의 배상여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런 와중에 ELS와 비슷하지만 원금을 보장해 주는 ELS라는 이름으로 ELB와 DLB가 대체재로 떠올랐다. 각각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라고 불리는 투자상품이다.
원금보장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치트키와 같다. 뭐가 됐든 원금보장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으면, 심신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ELB나 DLB는 상품 이름 자체가 파생결합사채다. 얼핏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고 복잡해 보이는 이름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원금이 보장된다고 하는걸까?
본 글에서는 ELB와 DLB가 어떤 상품인지 살펴보고, 파생상품이 어떻게 원금을 보장해 줄 수 있는지, 상품구조와 원리를 알아보고 투자하기 전 생각해봐야 할 점들을 작성하고자 한다.
참고로 ELB와 DLB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ELS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좋다. 따라서 ELS의 구조에 대한 글을 먼저 읽어 보기를 권장한다. ELS란? : https://financelaboratory.tistory.com/74
[원금보장을 약속하는 주체가 증권사다.]
원금보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정기예금을 떠올리게 된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최대 5천만원까지 보장해주는 예금자보호법이라는 문구도 익숙하다.
원금을 보장해 준다는 말은, 상황이 안좋아졌을 때 보장을 해 주는 주체가 있다는 뜻인데 은행에서 가입한 정기예금을 보장해주는 주체는 예금보험공사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위원회 산하의 준정부기관이며,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에게 평상시에 보험료를 받아가고 있으며 이 보험료를 재원으로 예금자보호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ELB와 DLB의 원금을 보장해 주는 주체는 어디일까?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든든한 준정부기관이라면 좋겠지만, (살짝 아쉽게도) ELB와 DLB의 원금보장을 약속하는 주체는 증권을 발행한 증권사다.
예금보험공사가 파산하면 정기예금도 보장받을 수 없듯이, 만약 증권사가 파산하면 ELB와 DLB 투자자 역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가 파산한다는 것은 국가가 부도난다는 것에 준하는 사태가 일어나야 하지만, 증권사가 파산하는 경우는 (흔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예금보험공사보다는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증권사는 파산할 수 있으니 원금보장을 믿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원금보장의 의미를 예금자보호법에서 말하는 원금보장과는 무게를 달리 하여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증권사는 어떻게 원금보장을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증권사는 예금보험공사의 보험료처럼 안정적인 수익원이 없는데, 어떻게 원금보장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이는 ELB와 DLB의 상품구조 자체가 원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을 확보하고, 그 외 남은 자투리 금액으로 추가수익을 일으키는 구조기 때문이다.
ELB든 DLB든 고객이 만약 100만원을 투자를 했다면, 증권사는 이 중에서 95만원은 국공채나 RP 등 안정적인 금융투자상품에 투자를 해서 100만원을 미리 확보한다.
물론 절대적인 금액 비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통해 투자원금에 근접할 만큼을 미리 확보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렇게 되면 증권사는 5만원이 남게 된다. 이 5만원을 가지고 옵션 매도 포지션을 잡고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확보한다. (옵션 매도 포지션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구사할 수 있다.)
따라서 증권사는 대부분의 투자금을 안전자산에 투자해서 투자원금을 미리 확보하기 때문에 원금보장이라는 옵션을 내걸 수 있는 것이고, 잔여금액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증권사는 왜 원금보장을 하는 상품을 판매할까?]
증권사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정기예금을 판매할 수 없다. 수신업무는 은행의 고유업무로 증권사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는 은행에 비해 자금을 모집하는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어음이나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이 상품들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이지만 원금보장을 하지는 않기에 자금조달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ELB DLB 역시 (기업어음이나 채권과 마찬가지로) 증권사가 신용으로 발행하는 무보증 무담보 사채임에도 불구하고, 원금보장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기업어음이나 증권사가 발행한 채권도 그냥 원금보장 이라는 단어만 붙이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ELB DLB가 원금보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투자금액의 대부분을 안전한 국공채 등에 투자하여 해당 국공채가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수취할 수 있는 구조지만 기업어음은 그렇지는 않다.
다시말해 기업어음이나 증권사가 발행한 채권의 경우, 모집 조달된 자금을 반드시 국공채에 투자한다는 규칙 자체가 없기 때문에 원금보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ELB DLB를 매수할 때 주의할 점]
첫번째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발행사(증권사)를 잘 골라야 한다. 원리금 보장 여부는 증권사의 지급여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ELB DLB가 원금보장을 해주는 것은 만기를 채웠을 때다. 따라서 조기상환이나 만기상환이 아니라 투자자 자의로 중도환매를 할 경우에는 운용수수료로 인해 원금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도에 해지하지 않고 만기까지 가져갈 수 있을만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좋으므로 미래의 자금계획을 생각하고 투자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실 가장 중요하면서도 본질적인 점인데, 과연 ELB랑 DLB에 투자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는 것이다.
ELB와 DLB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 예금보다는 나은 수익을 기대하면서, 혹시나 잘못 될 경우에도 원금은 지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초자산이 크게 하락하여 수익이 전혀 나지 않고 원금만 돌려받는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수익을 못내서 화가나고 분하다." 보다도 "아쉽지만 그래도 원금손실은 피했다." 라고 안도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이는 인간의 심리는 수익이 났을 때 쾌락보다, 손실이 났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데 이를 거꾸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원금만 보장된다면 어떠한 상황도 대체로 용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감정이 그렇다면 이렇게 가정해보자. 가령 본인에게 투자금이 1,000만원을 투자하고 싶을 때, 이 중 970만원을 4%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아니면 국채나 RP에 투자해도 좋다.)
그러면 1년 뒤에 이자소득세를 제하고도 32.8만원의 이자가 나올 것이다. 그러면 원금 1,000만원을 확보하고도 30만원의 투자금이 남게 된다.
이 30만원으로 하고싶은 모든 것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최악의 상황에 닥쳐서 이 30만원은 모두 잃어도 1,000만원의 원금은 지킨 것과 다름 없지 않은가?
다시 말해 내가 직접 증권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증권사가 옵션 매도 포지션으로 프리미엄 수익을 극대화 하듯이, 내가 스스로 다양한 투자를 시도해 봐도 되지 않는가?
꼭 옵션 매도 포지션을 따라 할 필요도 없다. 정기예금을 더 들어도 되고, 주식을 사봐도 되고, 비트코인을 사봐도 된다. 무엇을 하든 내 원금은 이미 970만원의 정기예금 투자로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과연 ELB와 DLB에 투자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가? ELB와 DLB의 원리를 그대로 차용해서 내가 직접 해 보는게 더 나은 선택일수도 있지 않을까?
투자는 본인이 판단하고 본인이 책임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ELB DLB 투자를 하지 말고 직접 투자하는게 낫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을 전환해 볼 필요는 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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